지난 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신의 페이스 북에 아주 사소하지만 애틋한 글을 올렸습니다. 당신이 기르던 반려견 마루라는 강아지가 죽자 그 강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올린 글입니다. 오늘 마루가 저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아침 산책 중에 스르르 주저앉았고, 곧 마지막 숨을 쉬었습니다. 고통이나 신음소리 없이 편안한 표정으로 갔습니다. 산책길에 요즘 즐겨 먹던 떨어진 홍시감을 맛있게 먹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산책을 함께 하고, 숨을 거둘 때 쓰다듬어 줄 수 있었으니 매우 다행이었습니다. 마루는 내가 참여정부를 마치고 양산 매곡 골짜기에서 살기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긴 세월 격변의 기간 동안 우리 가족의 든든한 반려였고, 많은 위로와 행복을 주었습니다. 내게는 더없이 고마운 친구였습니다. 마루는 매곡 골짜기에서 제일 잘 생기고 위엄있는 수컷이었고, 2세도 많이 퍼트렸습니다. 매곡 골짜기의 흰 개는 모두 마루 새끼라고 이웃 사람들이 말할 정도였고, 전국 곳곳으로 입양되어 가기도 했습니다. 매곡의 뒷산 대운산 자락을 맘껏 뛰어다녔고, 청와대에 살면서 북한 풍산개 곰이와 사랑을 나누고 남북합작을 만들어 내기도 했으니, 그만하면 잘 산 견생이었습니다. 마루는 화장하여 우리집 마당 나무 사이에 수목장으로 묻혔습니다. 마루야 고맙고 고맙다. 다음 생이 있다면 더 좋은 인연, 더 좋은 관계로 꼭 다시 만나자. 잘 가라. 저는 마루라는 개를 본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문 전대통령이 얼마나 그 개를 아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많은 개들이 있지만 대통령의 집에서 자란 개는 대통령이 애통해 주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 개는 참으로 복된 개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에서 기르는 개나, 옆집에서 키우는 개나 모두 나름대로의 사랑을 받고 있겠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의 반려견으로 살면서 참여정부를 이끌던 대통령의 마음에 위로를 주었으니 그 개는 사명을 다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강아지로 이 땅을 사는 것도 영광이 된다면 하나님이 자녀로 이 땅을 사는 것은 어떨까요? 비록 내 삶이 이 땅 가운데 화려한 조명을 받아 보지도 못했고, 엄청난 공적을 남기지는 않았더라도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여 살아간다면 하나님께 인정받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살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또 한 가지,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이 얼마나 귀한지를 깨닫습니다. 대통령의 집이면 좋아도 참 좋았을 텐데, 그 좋은 대통령의 집을 떠나는 마루를 안타까워하며 다음 생을 기대하는 대통령의 마음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의 집이 대통령의 집보다 못할까요? 참으로 화려하고, 온갖 영광이 가득할 것이며, 늘 존중 받고, 존경을 받는 삶을 사셨을 텐데 낮고 천한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당신의 독생자를 보내신 하나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그 좋은 하늘 아버지 집을 버려두고 이 땅에 오셔서 당신의 사명을 다하시고, 마지막에는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시며, 죽은 지 3일 만에 부활하셔서 부활의 증거를 보여 주셨으니 이 또한 주님의 삶이 얼마나 귀한 삶이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성탄은 우리에게는 기쁨의 날이고, 영광의 날이겠지만 어쩌면 하나님에게는 이별의 아픔을 겪었던 날이며, 독생자 예수님이 고난의 길을 걸어가는 날이 아니었을까요? 마치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의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이 아니었을지 생각해 봅니다. 12월 25일은 주님이 이 땅에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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