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묵상(2022년 2월 17일)
전통이나 관습보다 중요한 것
누가복음 1장 57-66절
59아기가 태어난 지 여드레째 되는 날에, 그들은 아기에게 할례를 행하러 와서, 그의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그를 사가랴라 하고자 하였다. 60그러나 아기 어머니가 말하였다.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해야 합니다."(눅1:59-60)
한국 전통에도 아이의 이름을 짓는 것은 참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러는 이름을 짓는 작명소에 돈을 주고 아이의 이름을 짓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희 가족도 족보에 따르면 항렬에 맞게 돌림자 이름이 있었는데, 제 이름도 원래는 “병”자 돌림이어서 “병섭”이라고 지으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 아버지께서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병”자 돌림을 무시하고 제 이름은 백성을 밝히라는 뜻으로 민철(백성 民, 밝은 喆)로 지었고, 제 동생은 백성을 구하라는 뜻으로 민구(백성 民, 구원할 救)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오늘 본문에도 요한의 이름 문제가 나옵니다. 엘리사벳이 드디어 출산을 하였습니다. 이웃과 친족들이 기적과 같은 그 출산을 축하하였고, 규례에 따라 아이가 태어난지 8일만에 할례를 행하면서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려고 하였습니다. 친족들은 아이의 이름을 아버지의 이름을 따라 ‘사가랴’라고 지으려고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유대 사회에서는 어느 가문이건 전승되는 이름이 있기 마련이었으며, 가문 중에 사회적 명망(名望)이나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이름을 따라서 이름을 짓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이웃과 친족들은 관례적으로 당시에 명망이 높았던 부친의 이름을 따라 사가랴라고 이름 짓기를 청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엘리사벳이 이것을 막아 섭니다. 원래 유대 사회에는 가부장적인 사회여서 집안의 남자 어른들이 정하면 그대로 되는 것이 관례이지만, 엘리사벳은 비록 여인임에도 아주 강하게 막아 선 것입니다. 엘리사벳이 “안됩니다. 요한이라고 해야 합니다”(60)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안됩니다’의 원어는 헬라어로 Οὐχί(우키)입니다. 이것은 ‘정말 아니다’라는 강한 부정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엘리사벳이 전통을 깨고 친족들의 결정을 강하게 막아선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천사가 와서 아이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지어야 한다고 사가랴에게 이미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엘리사벳이 '요한'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아마도 사가랴가 필담(筆談) 형식을 통해 그녀에게 모든 계시의 내용을 전해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Bruce, Plummer, Lenski). 요한은 '여호와는 은혜로우시다'라는 뜻입니다. 이 '요한'이라는 이름은 다음 몇가지 사실을 암시하는데 첫째는 노년기에 이르도록 자식이 없던 사가랴 부부에게 요한이 태어난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을 것입니다. 둘째는 요한의 탄생과 더불어 사가랴에게 내려졌던 하나님의 징계가 철회된 것 또한 하나님의 은혜였을 것입니다(64절). 마지막 세번째는 장차 요한의 메세지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돌아오게 될 것이기에 더욱 큰 은혜였을 것입니다(마 3:5-6). 사람들은 엘리사벳의 강한 부정에 당황하여 사가랴에게 직접 묻습니다. 그러자 사가랴도 서판에 그 아이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해야 한다고 씁니다. 그러고 나자 사가랴의 입이 열리며 말을 하게 되었고, 그 입술로 하나님을 찬양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이 일을 마음에 두며 "이 아기가 대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라고 서로 말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주님의 보살피는 손길이 그 아기와 함께 하시는 것이 분명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전통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전통이나 관습, 규례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뜻입니다. 때로는 무심코 지나가는 인간의 전통이 하나님의 뜻에 위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다 그렇게 산다고 해도 우리도 그렇게 살아서는 안됩니다. 내가 행하는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뜻 가운데 있는지 물어봐야 합니다. 아무리 전통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하나님의 뜻에서 어긋난다면 우리는 엘리사벳처럼 전통을 따르기보다 하나님의 뜻 가운데 서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도 때로 전통과 습관에 젖어 참된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늘 주님 안에 깨어 하나님의 뜻을 묻고 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기도
주님, 전통과 관습에 젖어 하나님의 뜻을 묻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게 하옵소서. 세상 사람들은 자신들의 전통을 따라 살아가겠지만 그리스도인이기에 이 전통이 하나님의 뜻에 맞는지 아니면 어긋나는지를 묻고 판단하며 올바른 선택을 하며 살아가게 하옵소서. 우리의 신앙이 전통과 관습에 젖어 있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오직 하나님의 뜻이 우리의 삶에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