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묵상(2022년 2월 10일)
은혜를 입는다는 것
누가복음 1장 26-33절
28천사가 안으로 들어가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기뻐하여라, 은혜를 입은 자야, 주님께서 그대와 함께 하신다." 29마리아는 그 말을 듣고 몹시 놀라, 도대체 그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 하고 궁금히 여겼다. 30천사가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마리아야, 그대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눅1:28-30)
사가랴와 엘리사벳이 침례 요한을 수태한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유대 땅 변방인 갈릴리 지역의 그리 크지 않은 나사렛이란 동네에 마리아라는 여인에게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요셉이란 청년과 약혼한 사이였지만 아직 남자를 알지 못한 순결한 처녀였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나타난 가브리엘 천사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기뻐하여라 은혜를 입은 자야”(28) 마리아는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천사가 전한 복음은 이 땅에는 다시 없을 영광스런 소식이었습니다. 즉 마리아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인데, 그는 위대하고 더 없이 높으신 분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며, 하나님이 그에게 다윗의 왕위를 주신 분이라고 소개합니다. 이 분이 바로 우리의 구원자이시며 우리의 구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천사는 마리아에게 왜 기뻐하라고 했고, 왜 은혜를 입은 자라고 말하였을까요? 처녀가 아이를 가진 것은 당황스럽고 충격적인 사건이요, 심지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당시의 문화 속에서는 약혼한 처녀가 부정한 행위를 하여 임신을 하면 돌로 쳐서 죽이게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사는 28절에 마리아에게 기뻐하라고 말하며 은혜를 입은 자라고 말하고, 30절에도 반복해서 은혜를 입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선 기뻐하라는 것은 마리아가 낳을 아기는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하나님의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리아는 역사 속에서 수천년이 넘도록 그녀를 성모(聖母)로 부르고 존경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이것이 은혜를 입은 것인가요? 이 모든 일에 마리아가 어떤 자격을 갖추어서도 아니고, 어떤 공로가 있어서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특별한 여인이 아니었습니다. 성모가 되려는 야망(野望)이나 비전을 가져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저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살며, 요셉과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려는 소박한 꿈을 가진 여인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그녀를 택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상상하지도 못한 엄청난 복을 그녀에게 허락하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천사는 그녀에게 기뻐하라고 말하며, 은혜를 입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은혜는 내 노력의 결과로 무엇을 이루거나, 어떤 것을 취했을 때 사용하는 말이 아닙니다. 은혜는 아무 자격이 없는데, 오직 하나님이 나를 택하여 주시고 갚을 수 없는 큰 복을 베풀어 주셨을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은혜를 입은 사람은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은혜를 입은 사람은 오직 찬양과 감사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가 받은 구원이 바로 은혜입니다. 내가 자격이 있어서도 아니고 공로가 있어서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주님이 나를 택하여 주시고, 나를 구원 받은 자녀로 삼아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은혜 아래 거하게 되며, 은혜를 입은 사람입니다. 오늘도 이 은혜를 잊지 않고 은혜에 감사하며 살기를 소망합니다. 작은 불평과 원망이 있어도 베풀어 주신 은혜를 기억하며 기쁨을 잃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기도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로 택함을 받은 성모 마리아가 받은 은혜를 무엇에 비교하겠습니까? 그러나 제가 받은 구원의 은혜 역시 그에 못지 않게 귀하고 귀한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주님, 자격 없는 저를 주님의 자녀 삼아 주시고, 영원한 상속을 약속해 주신 그 은혜를 어찌 작다 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오늘을 살아갈 때 주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살아가게 하여 주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