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요일 교회 사무실에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앞집에 장식해 놓은 커다란 호박 풍선을 보았습니다. 10월 31일이어서 할로윈 데이(Halloween Day) 장식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예년과는 달리 그것을 보는 제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할로윈은 제게는 더 이상 축제가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할로윈 장식을 보면 축제를 하기보다 추모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10월 29일에 있었던 ‘이태원 참사’는 ‘할로윈 참사’였습니다. 한국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갑을공박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의 진짜 주범은 할로윈의 진정한 의미를 잊은 채 그날을 축제로 만들어 흥분하게 하고, 술 취하게 하고, 그래서 상업적 이득을 취하려는 어른들의 잘못이 아닐까요? 할로윈의 진짜 의미를 가르치지 못한 우리들의 잘못은 아닐까요? 할로윈은 축제가 아니라고 목소리 높여 가르치지 못한 교회의 책임이며, 그 가운데는 목사인 제 책임도 있다고 통감합니다.
원래 할로윈은 영국 원주민 켈트족의 무속신앙에서 출발했습니다. 켈트족의 새해는 11월 1일입니다. 그들은 1년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 밤에 죽은 자의 혼령이 돌아온다고 믿었습니다. 켈트족은 1년을 겨울과 여름으로만 나누었고, 1년이 겨울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겨울의 시작은 한 해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한 해가 끝나고 새해가 시작되는 마지막 밤에 저승의 문이 열려 이승으로 조상의 혼령은 물론 온갖 이상한 것들까지 같이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날은 죽은 영혼이 살아 돌아오고 정령이나 마녀가 출몰한다고 믿었던 것이죠. 그래서 그것들을 놀래주기 위해 사람들은 유령이나 괴물 복장을 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것으로 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변장을 하고 도깨비불을 피우는 풍습이 오늘날 할로윈이 되었습니다. 할로윈에는 죽음, 신화, 괴물 등 기분 나쁜 것들을 테마로 합니다. 이에 관련된 것들로 유령, 마녀, 박쥐, 고양이, 도깨비, 좀비, 악마,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까지 등장합니다. 서양의 할로윈에는 가면(Mask)을 쓰고 검은색 망토(Robe)를 걸치고, 다양하게 변장하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고, 그러다 보니 실제로 범죄율도 높고 위험할 수도 있는 날입니다.
이날에는 호박에 구멍을 뚫어 안에 초를 켜 놓은 도깨비 호박(Jack O' Lantern)을 어디에 가나 볼 수 있습니다. 애들은 유령처럼 옷을 입고 동네 집집마다 가서 “과자 안 주면 장난 칠 거야(트리카트릿-Trick or treat)” 하고 소리치면 주인이 나와서 준비해 놓은 과자를 줍니다. 호주에 살면서 한번씩을 경험해 본 일이죠. 귀신 분장을 한 아이들이 집 앞에 와서 캔디를 달라고 낄낄 대는 모습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할로윈은 이웃을 위협하면서 즐기는 것을 배우는 위험적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멜번에 살 때 이웃 집 아이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캔디를 얻다가 재미가 들려 영어 못하는 코리안 집에 밤바다 찾아가 문을 두드리며 캔디를 달라고 괴롭혔던 불쾌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던 할로윈이 세월이 흐르면서 요즘에 와서는 축제 비슷하게 변해 가면무도회처럼 재미있는 성격을 띄고 있고, 사람들은 모여서 흥청망청 술을 마시며 파티를 합니다. 대형 마트에선 각종 할로윈 제품을 팔면서 한 몫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이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10월 31일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할로윈 데이(Halloween Day)가 아니라 바로 종교개혁일(Reformation Day)입니다. 1517년 10월 31일 마틴 루터가 ‘성경대로 돌아가자’며 로마 카톨릭에 대항하여 비텐베르크 성당에 95개 조항을 내걸며 종교개혁이 시작된 날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리스도인들에게 10월 31일은 할로윈 데이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종교개혁의 날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성경대로 돌아가자’라며 회복과 회개와 각성의 날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