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에 관한 법
출애굽기 21장 1-11절
“너희가 히브리 종을 사면, 그는 여섯 해 동안 종살이를 해야 하고, 일곱 해가 되면, 아무런 몸값을 내지 않고서도 자유의 몸이 된다.” (출21:2)
율법의 기본 정신 중 하나는 ‘약자를 학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한 약자는 사회적으로 자기 스스로를 보호할 힘이 없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하나님이 주신 율법은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이웃 사랑의 실천을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당시에 가장 약한 계층은 누구였을까요? 바로 노예였습니다. 노예 제도는 고대의 문화 속에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제도 였습니다. 노예는 곧 노동력이었고, 노예의 숫자는 힘과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이러한 노예 제도는 인류 역사에서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 왔는데, 1863년 1월 1일에 미국의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 선언이 있기 전까지 인류 역사에서 노예제도는 사라지지 않았었습니다. 우리 나라 역시 노예제도가 없어진 것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1886년 고종 23년에 노비세습 폐지법이 발표되고, 1894년 갑오개혁에서 모든 공노비와 사노비를 해방하는 법이 발표되기 전까지 노예제도는 존재하였었습니다. 이렇듯 노예 없는 사회에 대한 개념은 약 150여년 전만해도 인류 역사에서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강자가 약자를 소유하는 고대문화 속에서는 노예제도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며, 그러므로 노예에 대한 인권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약 3500년 전 시내산에서 모세에게 주신 하나님의 율법은 그러한 노예 제도에 대하여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하나님의 율법에는 아무리 노예라 할지라도 그들의 인권을 인정해 주며, 그들을 죽을 때까지 소유하는 것을 금하였습니다. 이것은 당시의 문화 속에서는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율법에서 노예에 대한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스라엘 백성 중 누군가 부득이 다른 사람의 종이 된 경우 그 기한은 6년이었습니다. 7년이 되면 종은 자유의 몸이 될 권한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종이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고 계속해서 종의 신분을 유지하고 싶다면 문설주에 송곳으로 귀를 뚫고 스스로 선택하여 주인의 종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부분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주인이 자유를 주는데 누가 종으로 남아 있겠는가?’라는 부분인데, 당시의 문화 속에서 힘있는 주인의 종이 된다는 것은 생계를 보장 받고, 주인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에, 힘없는 종들 가운데는 부유하고 믿을 수 있는 좋은 주인인 경우에 그 곁을 떠나지 않고 주인의 밑에서 영원히 머물려고 하는 종도 있었습니다. 아무런 대책 없이 자유의 몸이 되면 오히려 생계가 막막하고, 더 악한 주인의 집에 노예로 팔려갈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러한 문화 속에서 연약한 여종들에 대한 법은 더 철저했습니다. 여자는 더 힘이 없기 때문에 하나님은 남종을 팔듯이 여종을 팔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7). 고대에는 가난한 아버지가 딸을 여종으로 팔거나, 팔려 가기도 했습니다. 그런 경우 주인이 여종을 품으면 아내로 삼아야 했고, 때로 아들의 아내로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주인이 잠자리를 같이 해서 아내로 삼은 여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는 그 여종의 몸값을 얹어서 그 아버지에게 돌려보내야 하며, 절대로 외국 사람에게 팔아서는 안된다고 규정을 했습니다. 또한 주인이 아들에게 주려고 산 여인은 딸처럼 대접하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만약 한 남자가 먼저 취한 여인을 두고 다른 여인을 얻으면, 먼저 취한 여인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줄여서는 안되고 동침을 끊어서도 안되며, 그 여인에게 이 세가지 의무를 다하지 않을 거면 몸값도 받지 말고 자유롭게 풀어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인권이 없는 문화와 사회 속에서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짓누를 때 힘없는 약자를 보호하려는 하나님의 율법은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하나님은 힘없는 자들의 편이십니다. 하나님은 약하고 부족한 자들의 편에서 도우시며 일하십니다. 하나님은 고난 중에 부르짖는 소리를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오늘도 우리의 삶 속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 약자가 있는지 돌아보기 원합니다. 모두가 힘을 가지려고 서로 짓밟고 올라가려고 하는 문화 속에서 약한 자를 돌아보며 지켜줄 수 있는 거룩한 힘과 능력을 갖기를 구합니다.
오늘의 기도
약한자를 보호하고, 힘없는 자를 돌보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이 땅에 노예 제도를 없애시고 인류에게 평등과 자유를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러나 이 땅에는 아직도 힘있는 자의 폭력과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이 땅에 주님의 정의와 공의를 실천하여 주옵소서. 또한 믿는 우리들을 축복하사 하나님이 주신 복으로 이 땅의 연약한 자들을 도울 수 있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