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을 치르고 그 땅을 산 이유
창세기 23장 1-20절
16아브라함은 에브론의 말을 따라서, 헷 사람들이 듣는 데서, 에브론이 밝힌 밭값으로, 상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무게로 은 사백 세겔을 달아서, 에브론에게 주었다. 17그래서 마므레 근처 막벨라에 있는 에브론의 밭, 곧 밭과 그 안에 있는 굴, 그리고 그 밭 경계 안에 있는 모든 나무가, 18마을 법정에 있는 모든 헷 사람이 보는 앞에서 아브라함의 것이 되었다.(창23:16-18)
사라가 죽자 아브라함은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기럇아르바 곧 헤브론 땅에 사라를 묻고자 했습니다(4). 그래서 아브라함은 헷 사람들에게 찾아가 아내의 장례를 위해 땅을 사고 싶다고 말합니다. 헷 사람들은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사람인 줄 알고(6), 어떤 땅이든 원하는 땅을 공짜로 쓰라고 합니다. 그러자 아브라함은 자기가 원하는 땅은 에브론의 소유인 막벨라 굴이라고 말하며 그 땅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마침 에브론이 그 사람들 틈에 있다가 그 이야기를 다 듣고 아브라함에게 나아와서 밭과 굴을 모두 드릴 테니 아내의 매장지로 그냥 사용해도 좋다고 말합니다. 당시의 굴이란 토지에 묶여 있어서 굴만 팔수 없고 굴이 있는 토지가 함께 거래되어야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에브론은 막벨라 굴만 아니라 밭도 내어 줄 테니 그 땅을 무료로 사용하라고 말한 것이죠. 그 말은 들은 아브라함은 그럴 수 없다며 정중히 거절하고 가격을 말하면 가격을 지불하겠다고 말합니다. 에브론은 그 땅의 가격이 밭과 함께라면 은 400세겔은 되는데 어떻게 어른과 거래를 하겠느냐며 그냥 그 곳에 아내를 매장하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에브론의 속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에브론은 처음에는 매장지를 그냥 줄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나중에 말하는 것을 보면 그것이 그냥 주는 것은 아니고 부인을 위해 매장지를 조금 빌려주는 것처럼 뉘양스가 바뀌어 있습니다. 또한 에브론이 말한 은 400세겔은 말도 안되게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아브라함으로부터 약 1400년 후대 사람인 예레미야 선지자가 밭을 살 때 밭의 가격이 은 70세겔이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렘32:9). 예레미야 시대의 한 노동자가 일년을 일하면 은 20세겔을 받았다고 하니, 예레미야가 산 땅도 노동자가 3년 이상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현재로 환산하면 노동자의 1년 임금을 5만불이라고 쳐서, 예레미야가 그 밭을 약 15만불에서 20만불을 주고 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아브라함 시대에 은 400세겔은 정말 어머어마한 금액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브라함은 그 값을 모두 치르고 그 밭을 사서 막벨라 굴에 아내 사라를 매장합니다. 도대체 아브라함은 왜 이렇게 거금을 주고 그 밭을 사야만 했을까요? 아브라함이 어리숙해서 에브론에게 사기를 당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아브라함은 그 땅을 믿음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은 단지 사라의 무덤을 산 것이 아닙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그 곳에 투자를 한 것이죠. 결국 그 막벨라 굴에는 아브라함 자신도(창25:9-10), 그의 아들 이삭도(창35:27-29), 이삭의 아내 리브가와 그들의 아들 야곱과 그의 아내 레아도 모두 장사되었습니다(창49:29-32, 50:12-13). 즉 아브라함은 단순히 사라의 매장지 찾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약속하신 믿음의 땅을 찾고 있었고, 자기의 후손들이 거주하며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땅을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브라함이 지불한 은 400백 세겔은 땅을 산 것이 아니라 비전을 산 것이고, 믿음으로 미래에 투자를 한 것입니다. 결국 그 땅은 아브라함의 후손들의 땅이 되고 맙니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영원한 비전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성경은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한 것들의 증거”라고 말합니다(히11:1). 오늘 우리 눈에 보이는 작은 이익에 휘둘리기보다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상급을 바라보며 살아가야 합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막벨라 굴에 조상들의 무덤을 세움으로 후손들에게 조상들이 이 땅에서 하나님을 어떻게 믿었고, 어떤 믿음을 가지고 살아왔는지를 가르치는 상징으로 삼았습니다. 현재도 이 막벨라 굴은 유적지로 개발되어 많은 이들에게 믿음의 조상들의 삶을 가르치는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