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유기(遺棄)
출애굽기 9장 1- 12절
“그러나 주님께서 바로가 여전히 고집을 부리게 하셨으므로,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신 대로, 바로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출9:12)
목이 곧은 사람, 곧 완고한 사람은 패망의 길을 피할 수 없습니다(잠 29:1). 바로의 완악함이 지속될수록 하나님의 징계의 강도도 커져 갔습니다. 바로왕에 대한 다섯 번째 재앙은 가축이 죽는 재앙이었습니다. 특별히 이 재앙에서 모세는 재앙을 내리시는 하나님의 손에 대해 강조합니다. 주님이 친히 손대시는 재앙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재앙 대상이 사람에서 가축으로 확대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이집트 사람들은 황소를 비롯한 각종 집짐승들을 우상으로 만들어 섬겼습니다. 그런데 다섯 번째 재앙을 통해 하나님은 그들이 섬기는 집짐승들을 치심으로 그들이 헛된 우상임을 증명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이 재앙에서 이스라엘의 가축은 하나도 죽이지 않고 이집트의 집짐승만 죽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바로는 사람을 보내어 하나님이 말씀하신 대로 이스라엘 사람들의 집짐승들은 하나도 죽지 않고 이집트 사람들의 집짐승만 죽은 것을 확인하지만 여전히 고집을 부리고 백성을 보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섯 번째로 악성 종기의 재앙을 내리십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화덕에 있는 재를 공중에 뿌려서, 그것이 이집트 온 땅의 먼지가 되어 사람들과 집짐승에게 악성 종기가 나게 하셨습니다. 이 악성 종기는 히브리어로 ‘쉐힌’이라고 하며, 사람들의 피부가 부풀어 오르며 극심한 가려움 증세와 함께 물집이 잡히고, 화농에 의해 고름이 흐르는 질병으로, 당시 이집트 사람들이 공포의 대상이었던 질병이었습니다. 이 재앙은 이집트 사람은 물론, 가축들에게도 생겨나는 질병이었으며, 본문에서는 특별히 이집트의 마술사들에게도 악성 종기가 생겨 그들이 모세 앞에 서지 못했다고 강조하여 말합니다. 이집트의 마술사들은 이집트가 자랑하는 신통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믿었었지만 그들이 가진 신통력은 하나님 앞에서는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 땅의 어느 누가 하나님 앞에서 그 능력을 자랑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바로는 여전히 고집을 꺽지 않습니다. 그런데 본문에는 이 부분에 있어서 “그러나 주님께서 바로가 여전히 고집을 부리게 하셨으므로,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신 대로 바로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12) 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잘못 해석하면 ‘바로는 원래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님이 바로의 마음에 고집을 부릴 마음을 주시고 재앙을 내리신 것인가?’라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바른 해석은 바로가 강팍하게 마음을 먹고 하나님께 계속 대적하며 고집을 피우자 그가 고집을 피우도록 그냥 두셨다고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마디로 하나님이 손을 떼시고 내버려 두신 것인데, 이것을 신학적인 용어로 “유기(遺棄: reprobation)”라고 합니다. 유기(遺棄)는 하나님의 끊임없는 권면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계속 죄를 짓는 경우, 자신의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신 상태를 말합니다(롬1:24). 그러나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구원받은 당신의 택하신 백성들에게는 유기(遺棄)하지 않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나는 그들에게 영생을 준다. 그들은 영원토록 멸망하지 아니할 것이요, 또 아무도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아 가지 못할 것이다.”(요10:28). 하나님은 당신의 구원 받은 백성들을 가르치셔서 구원받은 삶을 살도록 인도해 가십니다(히10:5-6).
묵상기도
하나님, 강팍한 바로와 같이 제가 계속 고집을 피우며, 완악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러나 주님, 종은 당신의 구원 받은 백성이오니 당신의 은혜와 긍휼을 거두지 마시고, 종을 유기(遺棄)하지 마옵소서. 주님, 오늘도 주님 앞에 제 고집을 꺾습니다. 주님 앞에 제 삶을 내어 드립니다. 그러나 내 힘으로 할 수 없으니 성령님 임재하셔서 종을 도와 주옵소서. 아멘